|
중국 차마고도 호도협트레킹
6월 2일 일요일, 날씨는 더없이 맑고 청명하다.
오늘은 우리 장군산악회에서 세 번째 중국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jpg)
아침 9시 40분,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회원들의 모습에는
벌써 세 번째하는 해외여행답게 다들 노련한 여행자들의 포스가 느껴질 정도로 여유롭다.
.jpg)
.jpg)
오늘이 일요일이라 서울가는 길이 막힐까봐 아침 10시에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순조롭게 예정시간인 오후 2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제이에스투어 강종숙 대표를 만나 순조롭게 출국수속을 마쳤다.
.jpg)
오후 6시 50에 출발한 리지앙[麗江]행 비행기는 약 5시간 걸린 10시 50분(현지 시각)에
리지앙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말이 국제공항이지 국내공항보다 못한 초라한 리지앙공항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반가운 생각이 드는 것은 이곳은 나시족의 오랜 터전이자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려강(麗江)이기 때문이다.
.jpg)
.jpg)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기도 전에 허름한 주점에서
양고기와 야크꼬치구이를 안주로 백주를 마시며 여행의 시작을 자축하였다.
6월 3일 월요일, 호도협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호텔 밖을 잠시 산책하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리지앙은 포근하다.
리지앙 도시를 멀찌감치 둘러싸고 있는 산 이름은 위룽쉐산(玉龍雪山)이다.
산 위의 만년설과 구름이 어우러지면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호도협트레킹 다음날 트레킹할 산이기도 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호도협 트레킹의 출발지인 교두진으로 향하였다.
이곳에서 교두진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소요되는 거리이다.
.jpg)
가는 도중 장강제1만에서 잠시 정차하여 장강(양자강)을 조망하였다.
히말라야 산에서 시작한 장강의 물줄기는 저렇게 거세게 흘러 큰 강이 되고,
그 큰 강이 마침내는 멀고 먼 길을 지나 상하이[上海]에서 서해 바다가 된다.
얼마나 먼 길을 달려 강은 바다를 만나는 것일까?
인간은 얼마나 먼 길을 걸어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일까?
강과 사람이 하나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인간의 온갖 희망과 꿈을 담아 만들어 놓은 이상향인
샹그리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jpg)
.jpg)
낭떠러지 건너편으로 산을 휘감고 돌아가는 장강의 물줄기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그 강 위로 실금처럼 그어 놓은 것이 길이다.
멀리서 보니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길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생각이 번잡한 탓일까?
차 창 밖으로 거세게 흘러가는 물줄기도 내 생각처럼 흙빛이다.
황토 빛 저 물줄기가 바로 장강(長江)이다.
.jpg)
드디어 후타오샤 트레킹의 출발지인 교두진에 도착하여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하늘은 흐리고 간혹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마을로 이어지는 소로길을 벗어나 조금씩 산길을 오르다보니 옥룡설산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jpg)
언덕을 올라서자 발 아래가 아득하게 보인다.
그야말로 천길 단애(斷崖)다.
진사지앙[金沙江]이 저 아래에서 아득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 절로 감탄이 나온다.
가슴 한쪽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히말라야는
얼마나 오랜 세월 제 몸을 갈고 닦아 온 것일까?
나는 한동안 진사지앙과 협곡의 아득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jpg)
후타오샤[호도협]는 진사지앙이 흐르는 계곡이다.
진사지앙의 양쪽으로는 하바쉐산(哈巴雪山)과 위룽쉐산(玉龍雪山)이 깎아지른 듯 솟아있다.
모두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다.
트레킹은 하바쉐산의 허리를 걷는 길이다.
그러니 눈은 진사지앙과 위룽쉐산을 바라보게 된다.
비록 눈은 많이 녹았지만 설산의 눈부신 흰빛 아래 황톳빛 강물이
조화를 이루어내는 곳이 바로 후타오샤 트레킹의 풍경이다.
지금이 우기라서 강물이 황톳빛이지만 겨울에는 푸른 옥빛이 장관이란다.
진사지앙[금사강]의 양 쪽에 위룽쉐산(해발 5596미터)과 하바쉐산(해발 5396미터)은
마치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그 두 산 사이로 진사지앙은 좁고 아득하게 흐른다.
천길 낭떠러지 끝에 보이는 강물. 후타오샤는 길이 16㎞의 협곡이다.
좁은 곳은 협곡 사이의 폭이 20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좁은 틈을 물이 비집고 흐르니, 물소리가 거셀 수밖에 없다.
마치 물이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곳도 있다.
산길을 굽이돌면 갑자기 마주치는 그 거대한 소리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jpg)
.jpg)
.jpg)
약 2시간을 걸어 나시객잔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찾아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음식도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후타오샤 트레킹에서 가장 힘든 코스라는 28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jpg)
길은 꼬불꼬불 가파르게 이어진다.
그저 한 사람 혹은 말 한 필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다.
여기가 바로 악명높은 28벤드다. 스물여덟 구비로 굽은 길이라 말도 허덕인다.
그 힘든 길을 마부들은 말을 끌며 신나게 올라간다.
그들의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다.
.jpg)
거의 정상 부근에서 말들이 멈춘다.
마부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여기 까지다.
내려다보니 아득하게 진사지앙이 협곡 사이를 흐르고 있다.
.jpg)
.jpg)
아래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팻말이 하나 보인다.
사진 찍는데 돈을 내라는 것이다. 대단한 상술이다. 전망을 팔아 돈을 벌다니.
우리 일행은 전부 합하여 50위안을 주기로 하고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도 서툰 한국말로 “조심해”. “위험해” 하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러준다
.jpg)
정상을 넘어서자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나는 천천히 그 길을 걷는다. 걷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 굽이를 돌면 또 새로운 경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경치는 늘 같은 협곡과 강물이지만, 그러나 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물빛도, 산 빛도, 나무와 풀도 같으면서 다른 이 자연의 이치는 얼마나 오묘한 것일까?
어떤 곳에서는 가슴을 도려낼 것처럼 거세게 들리는 물소리가
어떤 굽이를 돌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소나무 군락을 지나면 활엽수들이 우거져있고,
그 활엽수 사이로 드문드문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jpg)
28벤드에서 한 시간 반 넘게 걷자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차마객잔(茶馬客棧)이 보인다.
차마객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마당가에 앉아 고개를 드니 바로 눈앞에 위룽쉐산의 봉우리가 우뚝하다.
기가 막힌 절경이다. 맞은 편 위룽쉐산 바위 봉우리를 코앞에 볼 수 있는
차마객잔의 마당에 둘러앉아 숨을 고르고 우리는 목적지인 중도객잔으로 출발하였다.
여기서 중도객잔까지는 다시 두 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jpg)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으로 이어지는 길은 너무나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위룽쉐산은 점점 가깝게 다가오고 장엄한 설산의 풍경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장시간 트레킹에 지친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것만 같다.
.jpg)
한 굽이를 돌면 걸어온 길과 똑같은 좁은 길이 산허리로 이어져 있다.
돌아보면 걸어온 길도 벼랑 위에 아득하게 걸려있다.
길은 벼랑 끝에 계속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아래로는 아득한 비탈, 그 비탈의 군데군데 집이 몇 채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집이다.
이렇게 험한 곳에도 사람은 자리 잡고 사는 존재다
.jpg)
한 굽이를 돌면 걸어온 길과 똑같은 좁은 길이 산허리로 이어져 있다.
돌아보면 걸어온 길도 벼랑 위에 아득하게 걸려있다.
길은 벼랑 끝에 계속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아래로는 아득한 비탈, 그 비탈의 군데군데 집이 몇 채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집이다.
이렇게 험한 곳에도 사람은 자리 잡고 사는 존재다.
.jpg)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어둠은 조금씩 세상으로 내려앉는데,
중도객잔에서 바라보는 설산에는 땅거미와 노을이 뒤섞여 붉기도 하고 검기도 하다.
세상의 끝에 온 느낌이 든다. 가슴이 절로 뻥 뚫리는 것 같다. 사방은 고즈넉하다.
마치 형제처럼 봉우리를 삐쭉삐쭉 내밀고 있는 설산 위로 점점 어둠이 내리고,
산봉우리에는 어둠이 짙을수록 더 빛을 발하는 선지자의 지혜처럼, 눈이 쌓여 있다.
세상 끝 어디쯤에 갑자기 던져진 것 같은 고적감도 밀려든다.
이 산 속, 이 자리에서 한 열흘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저 산을 바라보며 머물러도 좋을 듯싶다.
머물러 있고 싶은 곳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나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길이 눈앞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중도객잔에서 머무는 1박 2일 동안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저녁으로 중도객잔의 명물인 오골계백숙과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
그리고 백주를 곁들어 흔쾌하게 먹고 마셨다.
이어 옥상으로 자리를 옮겨 쏟아지는 별빛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리라는
기대는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아쉽게 무산됐지만,
가끔씩 구름 걷힌 밤하늘에 보이는 별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어둠에 잠긴 신비로운 설산을 바라보며,
잠깐씩 보이는 아름다운 별빛을 바라보며 그렇게 밤늦게까지 옥상에 앉아있었다.
밤새 천둥소리 요란하게 비가 내렸다.
밤새도록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헤며 잠이 들었다.
그 빗소리는 마치 꿈인 듯, 혹은 현실인 듯, 내 머리맡에서 밤새 속살거리고 있었다
.jpg)
.jpg)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자 옥룡설산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한때, 나는 꽃 중에서 안개꽃을 가장 좋아한 적이 있었다.
길을 가다 꽃집 앞을 지날 때, 안개꽃을 보면 발길이 멈춰지곤 했다.
안개꽃은 파는 꽃 같지 않은 꽃이다.
파는 꽃이 대부분 큰 송이를 자랑한다면,
안개꽃은 작은 송이들이 마치 물감을 붓에 듬뿍 묻혀 뿌려놓은 것처럼 점점이 흩어져있다.
안개꽃은 주연이 될 수 없는 꽃이다.
장미나 다른 큰 꽃 곁에서 조연으로 존재한다.
주연만이 관심을 받고 대접받는 사회에서 조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이 바로 안개꽃이다.
그래서 안개꽃은 주인공일 수 없는 존재가 꾸는 아득한 그리움,
혹은 이승을 훌훌 떠나 중천을 헤매는 꿈같은 꽃이다.
문을 열자, 바라보이는 옥룡설산이 마치 안개꽃처럼 몽롱하다.
바라보는 내 몸조차 안개가 되는 것 같다.
신비로운 설산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jpg)
.jpg)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니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모두 우비를 꺼내 입고 두 번째 날의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한참을 걷다보니 길 가로 무덤이 몇 기 놓여있다.
산비탈에 비석 대신 돌을 쌓아놓은 주위로는 고사리를 꺾어 울타리를 쳐 놓았다.
이 깊은 산중에 돌을 깎아 비석을 만들기는 힘들었으리라.
돌을 쌓아 만든 아담한 무덤이 정겹기까지 하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어깨 기대고 살아온 사람들은 죽어서도
저렇게 소박한 모습으로 남아있구나.
.jpg)
.jpg)
삼십분쯤 걸었을 무렵, 비가 그치고 다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였다.
몇 구비 산길을 돌자 길 저편으로 거대한 폭포가 나타난다.
깎아지른 90도 절벽 위에서 아래로 제법 큰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jpg)
길은 그 폭포 허리로 나 있다. 관음폭포다.
올려다보니 위는 그냥 바위산이다.
저런 바위산에서 어떻게 이 많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일까?
폭포 아래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jpg)
.jpg)
.jpg)
폭포를 지나자 조금 오르막길이 나오더니, 이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잘못 발을 디디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 같다.
더구나 바라다 보이는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워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다들 너무나 아름다운 길에, 자꾸만 줄어드는 목적지에 아쉬워하며 천천히 가라며
짐짓 서로를 나무란다.
아!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이제 계속 내려가면 트레킹의 종착지인 티나 게스트 하우스가 나온다.
눈으로는 금방일 것처럼 가까워 보이지만 걸어도 걸어도 도무지 길이 줄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
.jpg)
중도객잔에서 약 2시간을 걸어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여기서 중도협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여기까지 오는 것으로
트레킹을 종료하려 하였는데, 어제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위험하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차를 타고 상도협으로 가서 관광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jpg)
.jpg)
.jpg)
.jpg)
상도협은 관광지로 개발해 놓은 곳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모두 나무로 계단을 설치하여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물의 폭이 가장 좁은 상도협의 한 곳에는 호도석(虎跳石)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가 이 호도석을 딛고 건너편으로 강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건너뛴 골짜기라는 뜻이다.
정말 건너뛸 수 있을 것처럼 강의 이쪽과 저쪽이 가깝다.
상도협을 돌아본 뒤 다시 트레킹의 출발지였던 교두진으로 차를 타고 돌아왔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아랫길이다. 그러나 말이 길이지 가는 것 자체가 공포스럽다.
길은 곳곳이 무너져 돌더미가 쌓여있고, 길 위로는 집채만한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다.
어떤 곳은 바위 벼랑 아래로 길을 뚫어놓았다.
마치 바위 지붕 아래로 차가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래는 아득한 절벽의 협곡, 그 사이에 진사지앙이 흐르고 있었다.
(작성일: 2015.06.18. 14:03)
|
